호스팅이 가져다준 경제적, 정서적 풍요로움
호스팅이 가져다준 경제적, 정서적 풍요로움
포천 ‘동물들과 보내는 별이 빛나는 밤’ 남경희 호스트
포천 ‘동물들과 보내는 별이 빛나는 밤’ 남경희 호스트

바쁜 일상에서도 문득, 은퇴 후의 삶을 상상해 보는 순간이 있다. 삶의 방식은 다르더라도 많은 이들이 여유롭고 평온한 노후를 꿈꿀 것이다. 남경희 호스트는 그 낭만을 전원생활에 풀어냈다. 포천에 자리한 ‘동물들과 보내는 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꿈꾸던 삶을 담은 공간이다.

서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할 땐 20년 동안 닷새만 쉬고 일할 정도로 바빴어요. 매일 수백 명을 상대했지만 군중 속 외로움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더 욕심내지 말고 진짜 원하는 걸 하며 살자고 마음먹었죠. 저와 아내 모두 시골 출신이라 은퇴하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거든요. 그렇게 포천으로 내려와 에어비앤비와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했어요.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풍요를 함께 이뤄낸 숙소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풍요를 함께 이뤄낸 숙소
포천에 도착해 처음 한 일은 땅을 메우고, 나무와 식물을 심는 일이었다. 황토집은 직접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지었고, 동물도 하나둘 들이며 서서히 농장 부지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이 넓은 공간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인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포천에 도착해 처음 한 일은 땅을 메우고, 나무와 식물을 심는 일이었다. 황토집은 직접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지었고, 동물도 하나둘 들이며 서서히 농장 부지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이 넓은 공간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인 고민을 피할 수 없었다.

농장을 정성껏 가꿨는데 보여줄 사람이 없으니 허전하더라고요. 이 공간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수익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너무 규모를 키우면 예전처럼 장사가 될 것 같아서, 방 세 개만 만들어 게스트를 받기로 했어요. 황토방도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을 다들 신기해하더라고요.








게스트가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와, 정말 좋다’고 말하며 감탄해요. 그러면 곧바로 농장을 한 바퀴 돌며 숙소를 소개하죠. 투어가 끝나면 농장 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제가 직접 내린 드립커피를 함께 나눠 마셔요. 여기 오는 모든 분들이 경험하는 코스예요. 게스트가 없는 날엔 농장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죠. 허리를 굽혀 일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꽃향기가 나고, 초록빛 산이 눈에 들어오고, 새소리가 들려요. 스트레스가 없이 자유롭고 평온한 삶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에어비앤비를 통해 활기를 되찾은 호스트와 지역
에어비앤비를 통해 활기를 되찾은 호스트와 지역
숙소를 오픈하고 나서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삶의 여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초반엔 별다른 홍보 없이 인근 군부대 면회객이나 지인 중심으로만 운영했는데,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등록했는데, 그때부터 젊은 분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어요. 수익이 안정되면서 동물 복지에도 더 신경 쓸 수 있었고, 야생화나 나무를 새로 들이며 농장을 가꿀 여유도 생겼죠. 무엇보다 젊은 분들과 어울리다 보니 저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아 즐거워요.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후로 한국의 시골을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 게스트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함께 근처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식사를 하며 한국 음식과 포천의 장인이 빚은 막걸리를 건네고 지역 문화를 나누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동네 주민들도 달라진 마을 분위기를 반겼다. 한적했던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오가고, 외국인이 농장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이 익숙해지며 동네에 잔잔한 생기가 퍼진 덕분이다.

여기 처음 왔을 때 제 나이가 쉰이었어요. 남은 인생 절반은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죠. 처음엔 친구들이 걱정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부러워해요. 은퇴하고 심심하단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할 일이 넘쳐나요. 우리 나이에 일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에요. 수입도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참 행복해요.
